120엔의 조력자 ~반쎄오 가루로 만드는 베트남풍 부침개~
베트남 요리의 대표 메뉴, 반쎄오. 호치민의 슈퍼마켓에 가면 노란색 패키지의 '반쎄오 가루'가 당연하다는 듯이 진열되어 있습니다.

가격은 2만 동 전후. 일본 엔으로 치면 120엔 정도 될까요. 처음 봤을 때는 "이게 뭐지?"라고 생각했지만, 사용해 보니 정말 편리했습니다. 쌀가루, 밀가루, 옥수수 전분, 코코넛 파우더, 강황 등이 미리 배합되어 있어서, 물만 넣으면 반죽이 완성됩니다. 일본으로 치면 오코노미야키 가루 같은 존재죠. 가루를 볼에 넣고 물을 부어 섞는다. 그다음엔 냉장고에 있는 재료를 썰어 넣고 굽기만 하면 됩니다. 간도 거의 필요 없습니다. 가루가 잘 뭉쳐 주기 때문에 실패가 적고, "오늘은 아무것도 만들고 싶지 않네" 하는 날에도 도움이 됩니다. 얼마 전에도 조금 출출했던 오후에 냉장고를 들여다봤더니 남아 있던 것은 돼지고기, 김치, 파, 콩나물. 원래 반쎄오라면 새우나 돼지고기를 넣고 얇게 부치지만, 이날은 생각나는 대로 재료를 던져 넣고 프라이팬으로. 완성된 것을 보고 나도 모르게 "이거, 반쎄오라기보다 부침개네. 겉은 바삭, 속은 쫀득. 쌀가루 덕분에 식감은 가벼운데도 포만감이 있어요. 씹을 때마다 은은한 코코넛의 달콤한 향이 코끝을 스치고 지나가는 것도 재미있는 부분이에요. 일본에 있을 때는 부침개를 만들려고 하면 밀가루나 전분을 계량하곤 했어요. 그런데 여기서는 가루를 뜯어 물만 부으면 끝. 훨씬 편하답니다. 베트남에서 살다 보면 이런 "대충 하는 게 아니라, 능숙한 생략"을 자주 만나게 돼요. 시장 아주머니가 파를 덤으로 얹어 주시기도 하고, 포장마차에서 후딱 한 끼를 해결할 수도 있고요. 생활을 조금이나마 편하게 해 주는 지혜가 여기저기 널려 있습니다. 반쎄오 가루도 그중 하나예요. 오늘은 반쎄오가 아니라, 베트남식 부침개랍니다.

냉장고에 남은 재료를 맛있게 처리해 주는, 우리 집의 든든한 상비 식품입니다. ※ 만드는 법은 일러스트에 정리했습니다.

*재료를 섞어서 굽기만 하면 되니, 꼭 부담 없이 한번 만들어 보세요. 이주 생활 랭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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