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리섬·우붓의 디자인에 끌리는 이유 ― 이끼 낀 시간 속에서 나라의 컬러② (발리섬 일기⑥)
호텔 문을 연 순간, 아, 이 냄새. 기억의 문도 함께 열린다. 달콤함이라기보다는, 약간의 신맛을 머금은 축축한 나무 냄새. 마호가니일까, 티크일까. 마른 새 목재의 향이 아니다. 공기를 들이마시고, 비를 받아 온 나무의 냄새.

여행 가방을 열고, 아무렇게나 넣어 둔 옷을 옷걸이에 걸어 펼친다. 나흘 동안의 코디를 이리저리 궁리하는 것도 즐겁다(미리 준비해 두지 못하는 성격이라서). 며칠만 지나면, 옷이 실내의 냄새를 머금어 간다. 여행이란, 풍경을 보는 것이 아니라 그 땅의 공기를 두르는 것이구나, 하고 생각한다. 지난 블로그에서 인도네시아의 컬러에 대해 "검정"이라고 썼다. ↑발리섬의 색은 왜 검정일까―나라의 컬러①(발리섬 일기④) 조금 덧붙이자면, 그 검정은 칠해진 검정이 아니다. 찾아보니, 우붓의 돌은 원래 화산성의 회흑색. 거기에 고온다습한 기후가 더해져 이끼가 자라고, 조각의 홈에 습기가 깃든다. 그래서 검어져 간다. 즉 그것은 시간의 층이며, 음영의 집적. 자연과의 공유로 만들어진 색. 참 귀하다~.

우붓이 예술의 마을이라 불리게 된 것은, 왕가의 비호 아래 무용과 회화, 조각이 기도와 함께 길러져 온 땅에서, 20세기에는 독일인 화가 발터 슈피스가 이주해 와 현지 예술가들과 어우러지면서 그 표현이 깊어져 왔기 때문인 듯합니다.

전시물이 아닌 삶의 일부로 자라온 예술

사원의 석조 조각 깊숙이 가라앉은 그림자. 레스토랑의 나무 조각 선반. 포장마차 가스레인지에 새겨진 꽃무늬의 사랑스러움.

어느 것도 주장하지 않는다. 일상 속에 스며드는 색과 디자인

잿빛이 감도는 초록. 푸른빛을 띤 검정. 짙은 고동색. 파스텔이 아니라, 흐릿하게 바랜 빛. 빛을 반사하는 색이 아니라, 빨아들이는 색. 우붓의 조각은 습기를 머금으며 깊어지는구나. 음영은 짙게 깊이를 더해가는데, 윤곽은 이끼로 인해 부드러워진다. 자연과 인공의 경계가 모호해지는 것이 이 평온함을 가져다주는 건지도 모르겠다. 조각은 자연에 저항하지 않는다. 시간과 습도를 받아들이며, 검게 물들어 간다. 완성이라는 개념은 없는 걸지도 모른다. 영원히 쌓여만 가는 예술.

몇 번이나 와 봤는데도 또 오고 싶어지는 건, 아마 이 색감에 이끌리기 때문일까. 검은색 깊은 곳에 자리한, 축축한 고요함. 질감이 적당히 차분하게 가라앉는다. 그리고 완성을 목표로 하지 않는 아름다움이 주는 안도감일지도. 도중이어도 괜찮다는 감각. 검게 변하는 것도, 이끼가 끼는 것도 변화가 아니라 과정이라고 생각하면, 서두를 이유가 없어 자연스러운 그대로 있을 수 있다. 늘 심호흡을 하고 싶어지는 땅이구나~. 이주 생활 랭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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